본문 바로가기
독서 후기

다윗과 골리앗을 읽고(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규태 옮김)

by misteryu 2025. 4. 8.

이 책은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부유한 것이 항상 우리에게 가장 득이 된다고 가정하는 우리의 통념을 뒤집는 책이다.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통념을 뒤집기 위해 성경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익히 들어봤을 성경 속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로 시작한다.

성경 사무엘상 17장에는 블레셋(팔레스타인) 장수 골리앗과 양치기 소년 다윗의 결투 이야기가 나온다. 블레셋 사람들과 이스라엘 사람들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을 때,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이 이스라엘 군대를 모욕한다. 골리앗은 신장이 여섯 규빗 한 뼘이었다(통상적으로 한 규빗은 성인의 팔꿈치에서 중지 끝까지의 길이로 45cm에 해당한다, 한 뼘을 20cm로 치면 골리앗은 신장 290cm의 거인이었다). 골리앗이 입은 갑옷의 무게는 놋 오천 세겔(1세겔이 11.5g이니 갑옷의 무게는 57.5kg이었다)이었다. 골리앗이 사용한 창의 창날은 철 육백 세겔(6.9kg)이었다. 이런 무시무시한 거인을 양을 치던 소년 목동 다윗이 상대해서 이길 승산은 전무해 보였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그 비결은 골리앗은 백병전을 벌일려고 했으나 다윗은 이에 응하지 않고 물매를 이용하여 돌 하나를 골리앗의 이마에 쏘아 맞힘으로써 골리앗을 쓰러뜨렸다. 이 성경 속 이야기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이 부분이다. 제아무리 무시무시한 괴물같은 거인 장수라도 상대가 자신이 의도하는 백병전에 응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가진 괴력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내가 가진 힘이 아무리 보잘 것 없더라도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 방법만 찾으면 얼마든지 나보다 강한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제1부 강점이 약점이 되는 순간

 

01. 규칙을 역이용하는 약자의 전술

농구경기는 한 팀이 득점하면 상대팀의 선수가 공을 라인 밖으로 가져간 뒤 5초 내에 코트 안의 같은 팀 선수에게 패스해야 한다. 그 제한시간을 놓치면 공이 상대팀에게 넘어간다. 보통 이 제한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상대 팀들이 인바운드 패스를 막으려고 얼쩡거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상대팀 선수들은 자기팀 코트 쪽으로 빠르게 물러나 상대팀을 방어한다.

레드우드시티를 대표하는 농구팀 선수들은 신체 조건이 우수하거나 기량이 뛰어나거나 농구에 푹 빠져 있는 부류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는데 비결은 앞에서 언급한 일반적인 형태의 농구경기를 펼친 것이 아니라 경기전략을 바꾼 덕분이었다. 즉, 상대팀이 인바운드 패스를 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도록 인바운드 패스를 받을 상대팀 선수 앞에 수비수를 위치시켜 상대팀을 전방 압박해서 상대팀의 진을 빼고 화나게 해서 전의를 상실케 해 플레이가 엉망이 되도록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02.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부유한 자의 딜레마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뛰어나면 그만큼 자녀들을 잘 뒷받침 해줄 수 있고 그래서 자녀를 양육하기가 더 쉬울 거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자녀를 양육하기가 쉬운 정도가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비례하여 무한히 높아질까? 정답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부모의 경제적 부유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 때부터는 돈이 정상적이고 심리적으로 건전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들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것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부모의 경제적 부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부모가 경제활동에 더 치중하게 됨으로써 자녀양육, 자녀와 보내는 시간에 쓰는 시간이 줄어 들고 또 자녀들이 아무 부족함 없이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경제적으로 근검 절약하는 마음, 어려운 형편에 있는 다른 사람의 처지를 공감하는 마음을 기르기가 어려울 테니 말이다.

 

03. 큰 연못에 큰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

저자는 SAT 점수와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학위 취득 사이의 상관관계 비교를 통해 우리에게 흥미로운 사실을 말해준다.

세계에서 가장 명성 높은 대학 중 하나인 하버드대학교의 하위 3분의 1의 SAT 수학 영역 점수 평균은 581점으로 미국 북동부 지역의 흔한 작은 문과대학인 하트윅의 상위 3분의 1의 SAT 수학 영역 점수 569점보다 높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하트윅의 STEM학위 취득 비율이 상위 3분의 1이 55%, 중위 3분의 1이 27.1%, 하위 3분의 1이 17.8%인데 하버드대학교 학생들이 취득한 STEM 학위 취득 비율도 하트윅과 비슷한 분포를 보인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하위 3분의 1의 수학점수가 하트윅의 상위 3분의 1의 수학점수보다 높으니 하버드 대학교 하위 3분의 1 학생들의 STEM 학위 취득율이 하트윅 상위 3분의 1 학생들의 학위 취득률 보다 높아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지 않은가? 저자는 이렇게 분석한다.

 

이공계 학위 취득의 가능성을 결정할 때 중요한 것은 단지 학생이 얼마나 똑똑한지가 아니다. 같은 강의실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이 얼마나 똑똑하다고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상황이 동일할 때 누군가가 STEM  학위를 취득할 가능성은 대학의 평균 SAT 점수가 10점 내려갈 때마다 2퍼센트포인트 올라간다고 한다.

 

큰 연못(아이비리그와 같은 우수한 대학교)은 정말 똑똑한 학생들을 데려다 사기를 떨어뜨린다.

 

약점처럼 보이는 것에 얼마나 많은 자유가 있을 수 있는지 과소평가한다는 뜻이다. 뭐든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할 가능성을 최대화해 주는 곳은 작은 연못(그저 그런 평범한 대학과 같은 곳)이다.

 

어떤가?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되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여 펼치는 정책과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대입 전형 인원의 일정 비율을 사회적 배려대상자(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가정 등)의 몫으로 하고 있는데 물론 이 제도의 의도 자체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려는 선한 의도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예를 들어 상위권 명문대 정원의 일정 비율을 사회적 약자에게 배정하여 학생을 선발했을 때, 그 학생들이 과연 진학 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여 생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마도 학교생활을 하는 과정중에 다른 학생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여 열등감과 좌절감을 느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뒤쳐지거나 중도하차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이들을 진정 배려하고 생각한다면 용의 꼬리가 아닌 뱀의 머리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책을 펼치는 게 오히려 그들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